
바쁜 나날 속에 파묻혀 살다 보니 마켓 가는 시간도 남편과 맞추기가 어려웠다.
지난주 토욜 어스름 저녁시간 모처럼 둘이 데이트 삼아 재래시장을 가기로 했다.
간편한 차림으로 시장가방 몇 개를 넣고 소풍 가듯이 즐거움과 설렘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들어선 시장은 외국에 관광 와서 시장구경하듯 흥미롭고 재미있고 볼거리가 무지 많았다.
내 나라의 우리시장도 제대로 한가하게 와보지 못하고 살면서 왜 외국만 나가면 굳이 가이드에게 시장구경 시켜달라고 졸라댔는지..
들어서자마자 역시 나의 병적인 식탐은 음식 간판에 눈길이 꽂히고 잡아끄는 남편의 손길에 가게의 유혹들을 뿌리치며 야채들을 파는 곳으로 갔다.
야채시장은 늦은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벌써 많이 문을 닫고 철수를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약속이나 한듯 가장 나이 드신 할머니가 펼쳐놓은 좌판 앞으로 갔다.
할머니는 손님을 놓칠새라 싸게 줄 테니 좀 사 갖고 가라 하신다.
나는 보이는데로 박스 위에 진열되어 있는 호박, 상자 안에 몇 개 남은 가지, 감자, 파프리카, 부추 그리고 느타리버섯까지.. 모두 담아달라 했다.
할머니는 연신 " 이것도 떨이로 얼마에 갖구가 " 하시며 입이 귀에 걸려 담아낸다.
옆에서 생선을 팔던 아주머니가 덩달아 신나하며 거든다
" 에구~~ 오늘은 늦도록 앉아있지 않아도 되겠네 ! 다 팔릴 때까지 밤새도록도 계시거든 , 내일 노는 날이니까!"
허리도 못피며 봉투에 주워 담는 할머니를 보며
'저 할머니를 위해 이저녁에 날 보내셨구나. '
란 생각에 가슴이 찡 하며 하나님! 감사합니다 했다.
할머니는 세보따리의 짐을 건네며 풋고추를 듬뿍 덤으로 주셨다.
고맙단 말씀을 연신 하신다 . (내가 고맙지...)
그리고 빨리 들어가야 겠다며 서두르신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거래일까? 우리는 싸게 사서 좋고, 할머니는 다 팔아서 좋고,
짐꾼인 남편은 또다시 걱정이 앞선다
이거 다 언제 해먹을건데..?
우리는 시장기를 해결하려 국수골목을 들어섰다.
우와!! 5000원에 칼국수, 비빔냉면, 열무보리밥 다 준단다.
침이 꼴까닥 ~ 한가지 메인메뉴를 시키면 두 가지는 곁들여 나오는 맛보기 인 셈이다.
많은 집이 한 골목에 주욱 있으면서 경쟁이 대단하다.
그러니 맛은 기본인셈. 후루룩 ~ 맛있는 칼국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가보고 싶은 그곳이다.
잔뜩 먹고 어둑해진 시장을 꼬불 꼬불 나오면서 그시간에 시장 바닥에 옷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장사를 시작하는 또 다른 삶을 본다.
낮엔 장소가 없어 못하다가 밤에 문닫은 상가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여자옷을 걸친 아저씨가 만원!! 을 소리치며 손뼉치는 그분에게 축복을 빌어주고 싶어졌다.
' 아저씨 ! 꼭 성공하시고 꼭 부자 되세요! 멋진 아빠! 멋진 남편! 멋진 가정 꼭 이루실 줄 믿습니다.'
잔뜩 부자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온 그날은 왜 그리 흐뭇하고 행복한지..
빨리빨리 해 먹고 담주에 또 갈 수 있을까??
시간이 문제다. 자주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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